초딩 시절부터 고딩 시절 없는 돈 꿍쳐서 사던 책들이 있었습니다.
그 책은 대한민국 어른들(꼰데)이라면 다 공감하는 인생에 하등 도움 안 되는 책들로 만화책과 게임 책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구매에 열을 올렸습니다.(가끔 컴퓨터 잡지도 삼, 컴퓨터 책마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지...)
<게이머즈 5월호 구매 실패에서 이웃(?)분의 도움으로 구매 성공>
당시에는 대한민국 잡지, 만화의 전성기였습니다. 게임 잡지만 수종에 이르렀고, 국내 만화 잡지 역시 수종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어른들(꼰데) 분들께서는 만화는 악의 근원이었기에 꾸준한 화형으로 그들의 정당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도 만화책, 게임 책을 읽고 사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센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필진들의 센스가 있었기에 게임기도 PC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게임도 즐길 수 없던 한 잉여에게는 게임을 하지 않아도 그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대리만족의 매개체였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만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렇게 고딩때까지는 정말 열심히 샀습니다.
부록으로 제공해주는 게임CD도 좋았고, 그 안의 정보도 참 좋았습니다. 그저 정보만이 아닌 필자 하나하나의 센스는 가히 개그 그 자체였고, 정보 전달과 재미까지 추구한 최고의 잡지들이였었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에 정발이라는 것이 시작되고 그들의 센스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막 까고 다 까던 시절도 있었고 열광하고 열광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조금 불꽃이 사그라졌고, 저 역시 게임, 만화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졌습니다. 물론 돈이 좀 부족해 여흥을 즐기기가 힘들어졌기도 했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그렇게 멀어졌다. 얼마 전 우연찮게 뽐뿌가 와서 게이머즈를 다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읽어본 후 느낌은 이게 뭔가? 이게 내가 보던 그 게이머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꼰데가 된걸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그저 정보의 나열... 뿐인(엔하위키에서나 보던 내용도 들어었고) 그저그런 글들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의 편집자 정태룡, 게임만화 쥰쥰, 괴인 홍, The9, 인육, 이태풍 등등 이제 기자분들 이름도 기억 안나네요 ^ ^;;;; 센스 넘치던 글들이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분명 그들의 혼(?)을 이어받아 그들보다 더한 인간들이 편집실을 채워 나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이머즈에서 기자들의 개성이 보이지 않더군요. 예전에는 글을 읽으면 각 필진들의 개성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게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뭐랄까 단순한 잡지가 되어버렸다고 할까요?
물론 재미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만 각 리뷰하나 칼럼하나에 그들만의 색채가 사라진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단순 정보라면 이제는 게임잡지를 살 이유가 없을 정도로 인터넷의 정보가 더 빠르게 올라옵니다.
하지만 게임잡지를 보는 이유는 기자분들이 바라보는 그 게임의 특징을 느끼기 위함인데, 이제는 일개 덕력 높은 게이머들의 리뷰가 더 괜찮아 진 것 같아 아쉽네요.
뭐 단순 공략집을 위해서 구매를 한다면 괜찮겠지만 전.... 아니네요.
아쉬웠습니다. 몇 년 만에 다시 구매한 게이머즈가 이렇게 아쉬움으로 다가올 줄이야.
오늘은 그냥 아수라장이나 읽고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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